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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유의 숲 , 그곳에 우리 아이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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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댓글 0건 조회 5,816회 작성일 13-02-16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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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유의 숲 , 그곳에 우리 아이들이 있다.

이은실 (환경보전교육센터 환경교육 활동가)

도시형 대안학교 ‘아우름학교’
위탁형 대안학교 ‘아우름학교’는 서울시 정릉종합회복지관에 위치한 ‘도시형 대안학교’ 이다. 이곳에는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거나 비행으로 인해 학업을 중도 포기하는 학생들로 구성되어 있다. 아우름학교는 서울시교육청 위탁형 대안학교로 일선학교에 적응하지 못한 아이들에게 새로운 보금자리를 제공하고 있다. ‘도시형 대안학교’라고도 칭하는 위탁형 대안학교에서는 위탁학생을 대상으로 별도의 교육과정을 편성, 운영하며 교육과정은 보통 교과와 대안교육 교과로 구분된다. 필자가 ‘도시형 대안학교’에 대해 잠깐 언급하는 이유는 지난 2008년. 1년이라는 시간동안 아우름 학교의 생태환경교과 교강사로 활동하며 매주 수요일 아우름 친구들을 만났기 때문이다.
작년 5월경쯤에 아우름학교에서는 생태환경 대안교과를 맡아 줄 강사를 섭외하기 위해 환경교육연구지원센터를 찾아 왔다. 보통의 환경교육활동이 그룹화된 대상을 1년에 5~10번 정도 만나는 게 고작인데, 아우름학교에서는 매주 강의할 강사를 찾으니 새로운 경험이 될 것 같은 생각에 다들 귀를 솔깃했다. 하지만 누구도 선뜻 나서는 이가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경기도 시흥에서 정릉까지 이동하는 시간이 대략 2시간이 넘었기 때문이다. 또한 일주일에 한 번씩 수업기획안을 준비한다는 것도 준비하는 입장에서는 적지 않은 부담이 되기도 했을 것이다. 마지막 고민 끝에 내린 결론은 나에게 있어서 새로운 경험이며 이것이 내가 하는 환경교육 실천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확신이었다. 그래서 다들 고사했던 아우름학교 생태환경교육을 스스로 자청하며 아우름 친구들과 첫인사를 시작했다.

너와 내가 만나 하나 되는 우리
아우름 친구들을 만난 첫날 기억을 떠올리면 나도 모르는 사이 벌써 입가에 미소가 번진다. 기존에 생태환경교과를 담당했던 교사가 개인적인 일로 그만 두는 바람에 그 자리에 내가 온 터라 처음부터 아이들은 나에게 별 기대가 없었다. 첫 만남의 어색한 분위기는 주위를 세차게 감돌고 아이들 얼굴에는 귀찮은 표정이 역력했다. 나는 이 분위기를 없애고자 아이들과 내가 활동 할 장소인 학교 뒤 작은 동산인 소나무 숲길을 산책하기로 했다. 살짝 목말라 하는 아이들을 데리고 근처 슈퍼에 들러 아이스크림 한 개씩을 사주고 산길을 오르니 처음의 어색함은 조금씩 줄어들기 시작했다. 역시 아이들이다. 아이스크림을 맛있게 먹으며 오르는 숲길 산책. 현명한 선택이었다. 산에 올라 소나무 숲을 둘러보는 데 한 아이가 숨바꼭질을 하자는 것이다. 나는 아이들과 친해질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하고 놀이에 열심히 참여했다. 그리고 그 기세를 타 아이들에게 다른 놀이를 제안했다.
“친구들! 평소 숲에 갔을 때 제일 먼저 눈에 띄는 게 뭐죠?”
“나무요”
“맞아. 나무는 숲을 이루는 가장 기본이 되요. 그럼, 지금부터 나무하고 친구 하는 방법을 선생님이 알려 줄게요.”
숨박꼭질 놀이로 흥에 겨웠던 아이들은 새로운 놀이에 궁금증을 자아내기 시작했다. 나는 먼저 술래를 정하고 나머지 아이들을 각자 나무 한 그루씩을 정해 앞에 서게 했다. 그 다음에는 손수건으로 나무를 묶어야 하는데 그날은 생각지 않았던 놀이를 진행했기 때문에 마땅히 나무에 묶을 만한 손수건이 없었다. 생각은 깨라고 있는 것, 나는 겉옷을 벗어 나무에 묶기 시작했다. 그것을 본 아이들은 하나 둘씩 겉옷을 벗어 나무에 묶기도 하고 주변에서 끈이 될 만한 것을 찾기도 했다. 이것이 바로 문제 해결 능력이다. 누가 가르쳐 주지 않아도 스스로 생각하고 깨달아 상황을 해결하여 놀이를 진행하는 것이 바로 놀이의 재탄생이다. 이 놀이은 ‘나무를 바꿔라’라는 놀이로 술래가 ‘바꿔’라고 소리치면 내 나무가 아닌 다른 나무로 이동을 해야 하며 술래 또한 나무로 재빨리 이동해야 한다. 인원수 보다 나무 한 그루가 적기 때문에 꼭 한명의 낙오자가 생기며 그 친구가 술래가 되는 것이다. 몇 번에 걸친 놀이를 통해 조금 전에 어색함은 온데 간데 없이 사라지고 아이들 얼굴에 웃음꽃이 번지고 숨소리가 가빠졌다. 순간 내 겨드랑이 속 숨은 날개가 움직였다. 날아갈 듯 한 기분에 상쾌하고 행복했다. 이렇게 첫 신고식을 끝내고 난 다음 한 달 동안 아이들과의 관계형성을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아우름에는 마음에 상처를 입은 아이들이 많았기 때문에 소나무 숲은 치유의 숲이 되어 주었고 그곳에서 우리는 차를 마시며 자연에게 다가가는 법을 배우기 시작했다.

생명은 소중하다.
숲에 들어서면 나무가 제일 먼저 눈에 띄지만 숲은 나무들로만 이루어진 것이 아니다. 그곳에는 남모르게 숲의 형성을 돕는 이끼, 버섯, 벌레, 새, 야생동물들이 서로 어울려져서 살아가는 곳이다. 나무가 뿌리내리고 있는 흙, 씨앗을 옮겨 주는 바람, 자연의 생명수인 비까지. 모두 숲에서는 없어서는 안 될 무척 소중한 존재다.
처음에는 신발에 진흙이 묻을까 봐 걱정, 혹시 이상한 벌레라도 나타날까 봐 노심초사 하던 아이들도 소나무 숲에 한 번 두 번 발도장을 찍으면서 자연은 적이 아니라는 것, 자연은 더러운 게 아니라는 것을 몸으로 깨닫게 되었다. 그동안 아이들은 스스로 자연에 담을 쌓고 자연을 통제하려는 마음을 가졌던 것이다.

자연에서 습득하는 최고의 교육
날마다 서 너개의 학원을 돌아야 하는 아이들이 있는가 하면 교육에 기회를 제대로 받지 못하는 소외된 아이들도 있다. 하지만 자연은 누구에게나 평등하다. 그곳에서는 모두가 자신만의 공간을 가질 수 있고 폭력이 난무한 거친 사회에서도 유일한 피난처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자연을 자주 접하고 배움의 기회를 많이 가진 아이들은 성인이 되어서도 자연을 사랑하고 환경을 보전할 줄 아는 어른으로 성장하게 되며 스스로가 속한 공동체 안에서 나눔을 실천하는데 앞장서게 된다. 필자는 자연을 배우며 자연과 함께 나누는 환경교육 활동이야 말로 우리가 지향해야 할 교육활동이라고 확신한다. 오는 2월이면 아우름학교에서 3학년을 보냈던 친구들이 졸업하게 된다. 이제 일선학교로 돌아가 평범한 학교생활에 적응해야 하는 우리 친구들에게 힘내라는 말과 함께, 항상 꿈과 희망을 키워가며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아가라고 말하고 싶다. 잠시 쉬고 있는 방학동안에도 아우름 친구들이 보고 싶다.

2009년 1월. 환경일보